미국 메이저리그 탬파베이는 연고지가 어디일까요? 당연히 탬파베이입니다. 영어로 bay는 만(灣)이라는 뜻. 자연 지형으로서 탬파 만 지역에 자리잡은 대도시권역 '탬파베이'가 이 팀 연고지인 겁니다. 안방구장 트로피카나필드는 이 중 세인트피터즈버그라는 도시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구장 담장 뒤에는 '세인트피터버그시는 여러분을 환영합니다(City of St. Petersburg welcomes you)'라는 문구를 써뒀습니다.
문제는 이 도시가 미국 전역에서 은퇴자들이 이사해오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한국이라면 이런 분들이 열혈 야구 팬일 확률이 적지 않지만 이 동네는 사정이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미국에서 가장 우울한 도시로 손꼽히는 정도니까요.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에 따르면 올해 탬파베이는 관중 동원(151만300 명)에서 꼴찌에 그쳤습니다. 관중 점유율은 30개 팀 중 24위(54.7%). 와일드카드로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까지 진출한 올 시즌 성적을 감안하면 아쉬울 수밖에 없는 관중 숫자입니다.
그렇다고 탬파베이 지역이 인구가 적은 곳도 아닙니다. 2012년 미국 인구총조사(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이 지역 인구는 284만 명으로 18위 수준입니다. 이보다 인구가 적은 세인트루이스(279만 명·19위) 지역에서는 336만9769명(2위)이 부시스타디움을 찾았습니다. 탬파베이 구단으로서는 이 구장을 떠나고 싶어하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구단이 시하고 맺은 임대 계약은 2027년이 돼야 끝납니다. 현재로서는 120억 달러(12조7440억 원)를 위약금으로 내지 않으면 연고지를 옮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현재 연고 지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구장만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동네 중심지 탬파에서 세인트피터즈버그까지는 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 탬파에서 이곳으로 오려면 긴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이 시간이라도 줄이면 관중 사정이 좀 나아질 거라는 게 탬파베이 구단 생각입니다. 사람이 250만 명이나 사는 동네에 교통 체증이 없을 리가 없고, 우회로 없는 다리가 막히면 그대로 끝이니까 이 시간만이라도 줄여보겠다는 겁니다. 그러나 10년간 이 지역 시의원을 지내기도 했던 빌 포스터 시장(공화당)은 '절대 안 된다'는 자세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NC도 비슷하다면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옛 경남 마창진(마산 창원 진해) 지역을 합쳐 출범한 통합 창원시에서 진해 지역은 어쩌면 세인트피터즈버그하고 지리적 특성이 비슷합니다.
중심 지역에서 떨어져 있고 교통도 불편하죠. 관중들이 오면 안 된다고 작정하지 않는 이상 사실 옛 육군대학 터에 야구장을 지어야 할 필요 같은 건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도 정치 논리에 밀려 진해에 갇혀야 했던 겁니다.
상황이 급변한 건 이미 10개 프로야구 구단이 진해구장을 쓰지 않기로 결정한 데다, 창원이라는 연고지를 떠나도 좋다고 합의를 봤다는 것. 야구 규약에 따르면 연고권은 이사회를 거친 뒤 총재가 승인하면 언제든 바꿀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이미 10개 구단이 뜻을 모은 이상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 처리에도 걸림돌이 없고, 총재 승인 역시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새 연고지와 협의 등 준비를 모두 끝내고 NC가 연고지 이전 승인을 요청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당장 내년부터 새 연고지에서 경기를 치리는 것도 가능하다"며 "단 이미 다른 구단의 보호 지역인 경우는 해당 구단의 동의를 얻는 절차가 한 번 더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탬파베이 얘기로 돌아가면 처음에는 성적이 안 나와서 인기가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탬파베이를 약팀으로 꼽는 메이저리그 전문가는 없습니다. 그 다음엔 마케팅 실패인 줄 알았죠. 하지만 이 인터뷰에 등장한 것처럼 구단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해도 구장이 아니면 말짱 도루묵인 겁니다.
사실 우리는 자기 동네 일이 아니면 지역 정치권이 얼마나 한심한 족속들인지 잊은 채 삽니다. 사실 지역자체장 5명 중 1명은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합니다. 경북 청도군은 2005~2010년 6년 동안 군수 선거를 다섯 번 했고, 전북 임실군에서는 '임기를 마치는 군수'라는 선거 표어까지 등장했지만 이 공약을 걸었던 장본인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했습니다.
내년이면 다시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립니다. 미국 플로리다주도 마찬가지. 과연 표심은 야구장 위치도 바꿀 수 있을까요? 아니면 '도저히 못 살겠다'며 이 두 구단이 먼저 그 동네를 떠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