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더 몬스터' 류현진(26)은 오늘도 1회 두 점 홈런을 내줬습니다. 이번에도 1회 징크스를 이겨내지 못한 거죠. 류현진은 1회 평균자책이 5.33일 정도로 경기 시작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피안타율은 .311에 상대타자 OPS(출루율+장타력)는 .896입니다.

류현진은 특히 안방 다저스타디움에서 1회에 어려움을 더 어려움을 겪습니다. 안방에서는 1회 평균자책이 7.07이나 되지만 원정에서는 3.46입니다. 전체로 볼 때 안방에서 2.23, 원정에서 3.89로 원정에서 약한 것하고 대조적인 장면입니다.

구분 피안타율 OPS 허용 평균자책 홈런 삼진 볼넷 K/BB
안방 .357 1.015 7.07 5 10 2 5.0
원정 .260 .763 3.46 2 8 10 0.8
합계 .311 .896 5.33 7 18 12 1.5

재미있는 건 류현진은 1회만 놓고 보면 다저스타디움에서 더 빠른 공을 던진다는 겁니다. 사실 류현진은 안방과 원정에서 1회 평균 구속 차이가 가장 큰 투수입니다. 다저스타디움에서는 평균 구속이 시속 91마일(146.5㎞)이지만 원정에서는 89.4마일(143.9㎞)로 1.6마일(2.6㎞)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이 팬그래프 글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삼진 대 볼넷 비율(K/BB)도 안방에서 훨씬 좋습니다(표 참조). 하지만 이 글 주장과는 달리 1회 홈 필드 어드밴티지는 누리지 못하고 있는 거죠. 나머지 이닝은 편한데 유독 1회만 위기입니다.

왜 그럴까요? 저 글 논리에 따라 소설을 써보자면 여전히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기가 두려운 걸지도 모릅니다. 무엇이든 처음이 두려운 법. 자기 차례가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서면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데 매를 먼저 맞는다는 건 부담스러운 거죠.

그러니까 이런 겁니다. 안방에서는 일단 매를 맞고 시작하니까 그 뒤로는 정신을 차리는데, 원정에서는 잘 풀린다고 방심하다가 뒤통수를 맞는 게 아닐까요? 1회에 점수를 내준 경기에서 나머지 이닝 평균 자책은 1.90으로 내주지 않은 경기 2.76보다 좋습니다.
 
류현진이 처음부터 1회에 고전했던 건 아닙니다. 4~6월에는 1회 평균자책이 2.81로 전체 평균 자책(2.83)보다 근소한 차이로 좋았습니다. 그러다 7월 이후 8.25로 나빠진 것. 류현진이 경기 초반 어떤 패턴으로 나오는지 읽힌 게 영향이 있을 겁니다.

빅 리그 데뷔 첫 해 류현진이 매력적인 건 꾸준히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데 있겠죠. 오늘 1회 2실점도 지난 번 애리조나 맞대결 때보다는 나아진 모습입니다. 이제 몇 게임 안 남았지만 류현진히 1회 징크스를 어떻게 풀어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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