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프로야구 SK의 오름세가 매섭습니다. SK는 19일까지 최근 10경기에서 7승 1무 2패를 기록하며 4위 넥센을 4.5경기 차로 뒤쫓아 왔습니다. 지금 페이스라면 '4강 진출'이라는 꿈도 기적처럼 보이지만은 않는 모양새입니다.

그래도 아쉬운 건 발동이 뒤늦게 걸렸다는 거죠. SK는 8월 중순이 돼서야 KIA를 밀어내고 6위로 올라 왔습니다. 올 시즌 남은 35경기에서 6할 넘는 승률을 거둬야 포스트 시즌 진출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최근 상승세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가을야구 DNA'는 함부로 사라지지 않는가 봅니다. 이미 SK에는 최근 5년간 마지막 한 달 승률(0.590)이 6할에 육박했던 전통이 있습니다. SK 팬들은 여전히 기적을 믿는 이유죠.

한국 프로야구에서 인천 팀은 퍽 오랫동안 꼴찌의 상징이었다. 그 덕에 프로 원년(1982년)부터 7년 동안 구단주가 세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1996년 현대가 구단을 인수하면서 처음으로 부자 주인을 맞이했지만 현대는 2000년을 앞두고 "서울로 가겠다"며 인천을 떠났습니다.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천에 들어온 게 SK. 사실상 전북 팀 쌍방울의 후신이었던 SK를 인천 야구팬들은 낯설어 했습니다. 인천 팬들이 다시 야구에 정을 붙이기 시작한 건 2007년 김성근 감독 부임 뒤부터였죠.

김 감독은 부임 첫 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이듬해도 연패(連覇)에 성공했습니다. 한 해 걸러 2010년에도 다시 우승. 2000년대 중후반 SK는 30년 넘는 프로야구에서 손에 꼽히는 '왕조'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문제는 2011년 중반 구단과 마찰로 김 감독이 물러났다는 것. SK는 2011, 2012년에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김성근 후광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절해 했습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는 "잘해야 4강 싸움을 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었죠.

예상대로 SK는 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에 처졌고 이만수 감독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과연 SK는 4강 진출이라는 기적을 일으키며 여전히 가을야구 DNA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이 감독의 지도력이 또 한 번 시험대 위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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