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명심하라! 최고의 필요조건은 정확한 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의심스러운 바가 있으면 주저 없이 동료와 상의하라. 심판원의 권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확한 것'이다. But remember! The first requisite is to get decisions correctly. If in doubt don't hesitate to consult your associate. Umpire dignity is important but never as important as "being right. - 야구 규칙 9장 '심판원에 대한 일반 지시'오늘자 신문에 부서 후배 박민우 기자가 공들여 쓴 이런 기사가 실렸습니다. 박 기자는 이 기사에서 레너드 코페트의 말을 빌려 스포츠 심판을 '고독한 악당'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15일 프로야구 잠실 경기에서 2루심 박근영 심판이 보여준 모습은 '고약한 악당'에 가까웠습니다.
어떻게 이 정도 차이에 세이프를 선언할 수 있는 걸까요? 게다가 무슨 생각이라고 한다는 듯 판정도 반박자 정도 늦게 내립니다. 마치 내가 선언하기 전에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한 태도로 말이죠.
@sportugese 심판님 빼곤 판정나오기전 덕아웃 향하던 LG 선수들, 넥센 선수들, 관중들, 티비시청자 모두 다 아웃인걸 봤는데 두눈뜨고 제일 잘보이는곳에 계시던 심판님은 대체 왜 어떤 이유와 기준으로 세이프라고 하셨나요?
— JK Yoon (@jkyoon87) June 15, 2013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또 오심이라는 게 사실 돌고 돌기 때문에 한 번 억울한 판정을 당했다가 그 다음에 또 이득을 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혹자들은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며 넘기곤 하는 것이죠. 문제는 그 실수를 얼마나 반복하느냐 또 그 실수를 줄이려 얼마나 애쓰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박근영 심판은 별로 개선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구글에 '박근영'을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오심'이 뜹니다. 그리고 '박근영 심판'에 대한 이미지 검색 결과만 확인해 봐도 '임찬규 보크 사건부터 그가 얼마나 다양한 오심에 연루돼 왔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징계가 보도 된 건 저 보크 사건으로 9경기 출장 정지를 받은 게 전부죠.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별로 실수를 줄일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이 기사에는 홈플레이트에서 세이프, 아웃 판정만 나오지만 정금조 KBO 운영기획부장은 제게 비디오 판정을 늘릴 계획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못 박았습니다. 물론 '오심 리뷰'를 통해 고과를 매긴 다음 감봉 같은 조치를 취한다고 하지만 그 결과를 소비자인 팬들로서는 알 수도 없고, 피부에 와닿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문제 많은 심판들이 계속 자기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겁니다. 사실 어지간한 열혈 야구 팬이 아니면 심판 이름까지 기억해 가면서 경기를 보지는 않을 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몇몇 팬들이 항의해도 심판 판정 품질은 달라지지 않는 거죠.
야구 규칙에서 심판원을 다룬 9장은 '심판원에 대한 일반지시'로 끝이 납니다. "그러나 명심하라! 최고의 필요조건은 정확한 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의심스러운 바가 있으면 주저 없이 동료와 상의하라. 심판원의 권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확한 것’이다. (중략) 마지막으로, 심판원은 예의를 지키고 불편부당하고 엄격하게 처신하여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 받아야 한다."
글쎄요, 오늘 박근영 심판을 존경하는 사람이 과연 그 경기장 안에 있었을까요? 아마 LG 트윈스 선수들도 그러지 않았을 겁니다. 최고 명승부를 놓친 두 팀 팬들은 말할 것도 없죠.
@sportugese 심판은 경기진행을 돕는 사람이지 뒤흔들어 엎어버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 시간/돈 들여 경기를 보러 간 팬들에 대한 실례에요. 이번 시즌 최악의 오심.. 참.. 헛웃음밖에 안나오네요.. 하하하하....
— 도시촌민 (@mellissalang) June 15, 2013
재발 방지법은 간단합니다. "의심스러운 바가 있으면 주저 없이 동료와 상의하라"는 부분을 "의심스러운 바가 있으면 주저 없이 비디오 화면을 돌려보라"고 바꾸면 충분할 테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