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일 광주 경기에서는 LG 마무리 투수 봉중근(33·사진)이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결과는 '멀뚱 삼진'. 국내 프로야구에서 투수는 타격을 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요?

우리 프로야구는 지명타자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지명타자는 "투수를 대신해" 타석에만 들어서는 포지션입니다. 이날 LG 선발 타순표에는 이병규(9번)가 선발 투수 리즈를 대신해 타석에 들어선다고 돼 있었습니다. 그 뒤로도 9회초 공격 때까지 이병규가 리즈에 이어 이상열, 정현욱을 대신해 타석에 들어섰죠.

그런데 9회에 변동이 생겼습니다. 1루수였던 문선재가 포수로 이동하면서 이병규가 1루 수비에 나서게 된 겁니다. 그러면 이병규는 '투수를 대신한다'는 지명타자 요건을 충족할 수가 없게 됩니다. 1루수를 하면서 투수를 대신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이럴 때는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야 합니다.

야구규칙 6.10(b)⑤ⓐ 지명타자가 수비에 나갔을 때는 지명타자의 타순은 변경하지 않고 이와 관련된 교대에 따라 물러난 야수의 타순에 투수가 들어간다.

이 규칙에 따라 봉중근이 원래 포수 타석이었던 8번 타순에 들어서야 했던 겁니다. 보통 감독들은 이럴 때 대타를 많이 씁니다. 투수하고 타자는 서로 쓰는 근육이 달라서 괜히 다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미 경기에서 역전한 상황, 마무리 투수를 대신해 다른 선수를 올리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타순을 건너뛸 수는 없으니 '서 있다가 들어오라'고 합의가 된 거겠죠.

아시는 분은 모두 아시겠지만 미국 메이저리그 양대 리그 중 내셔널리그는 지명타자 제도를 채택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 몬스터' 류현진(26·LA 다저스)이 타석에 들어섭니다. 언제까지 내셔널리그가 지명타자 제도를 거부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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