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듀크대 경제학과 댄 애리얼리 교수는 자기 블로그에서 베테랑 자물쇠 수리공이 초짜보다 팁을 적게 받는 이유를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초짜 수리공은 잠긴 문을 열려고 할 때 한 마디로 '낑낑댑니다." 더러 자물쇠를 부수는 일도 있죠. 이런 시행착오를 거쳐 베테랑이 되면 눈 깜짝할 새 금방 문을 여는 요령을 터득하게 됩니다.

문제는 여기서 생깁니다. 사람들은 베테랑들이 돈을 너무 쉽게 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생고생하면서 돈을 버는 초짜들에게 후한 팁을 주는 반면 베테랑들에게는 짠돌이가 되고 맙니다. 초짜가 베테랑이 되기까지 노력한 시간이 당장 눈에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런 비상식이 상식처럼 보이게 되는 셈이죠.

야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준급 프로야구 선수들은 정말 재미없게 수비합니다. 가끔은 수비수 쪽으로 타자가 일부러 공을 날려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그래서 야구는 스포츠도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프로야구 한신의 니시오카 츠요시(西岡剛)가 썼다는 야구론에 나오는 것처럼 "야구는 경기에 앞서 땀 흘리는 운동"입니다. 이 글이 특히 강조하는 건 '재미없는 수비'.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은 재미없게 한 이닝을 막는 거야. (중략) 평범한 2루수 땅볼을 완벽하게 처리하기 위해 몇천, 몇만 번 땅볼을 잡으며 땀 흘리고, 외야플라이를 잡으면서 주자를 진루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수도 없이 하늘로 뜬 하얀 공을 쳐다보지. (중략) 사실 1군 무대에서 꾸준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려면 엄청난 연습이 필요한 거야." 

프로 선수들은 그렇게 재미없게 수비를 하려고 어릴 때부터 수 천 수 만 번 땅볼을 잡고, 뜬공을 좇아 운동장을 뛰었습니다. 팬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바로 그 시간'이 프로 선수를 프로 선수로 만드는 것이죠. 프로야구 NC는 26일 안방 마산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맞대결에서 이 보이지 않는 시간'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적으로 증명했습니다.

베테랑 이호준은 2-4로 뒤지던 8회말 2점 홈런을 터뜨리며 팀에 동점을 선물했습니다. 그러나 9회초 수비에서 좌익수 박상혁이 글러브에 들어갔던 공을 놓치며 실책성 2루타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투수 김진성은 그렇게 출루한 오재원을 2루에서 잡으려 견제하다 공을 빠뜨리는 실책을 저질러 주자를 3루까지 보냈고 말이죠. 분위기가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었습니다. 연속 볼넷이 나왔고 무사만루에서 두산 양의지는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홈런으로 승부를 결정지었습니다.

박상혁이 포구에 성공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요? NC는 9회말 잡은 찬스를 살려 짜릿한 승리를 맛볼 수도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 6연패도 끊을 수 있었을 겁니다. 스승 김경문 감독에게는 옛 제자들을 꺾는 영광도 줄 수 있었을 테고요.

그런데 이 경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NC 선수 9명 통산 타수를 다 더해도 6782타수로, 같은 팀 전준호 작전 코치(6928타수) 한 명만도 못합니다. 그마저 수비를 하지 않는 지명타자 이호준(4865타수)을 빼면 1917타수가 전부입니다. 아직 초보 열쇠 수리공인 셈이죠. 그래서 이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비난과 비판이 아니라 후한 팁 인심이라고 생각합니다. NC 선수들도 당연히 후한 팁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더 많은 땀을 흘려야겠죠. 상식적인 소비자라면 언제까지나 무턱대고 팁을 남발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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