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이미 이렇게 기사를 썼지만 분량 제한 때문에 원하는 대로 다 못 쓰기도 했고, 제 생각도 녹이지 못했기 때문에 블로그에 다시 써 봅니다.


"사람들이 내게 야구 없는 겨울 동안 무얼 하냐고 묻는다면 창밖 넘어 봄이 오는 소리를 기다린다고 답할 것이다."
- 로저스 혼스비
 
봄이 왔습니다. 강남 갔던 제비는 소식이 끊긴 지 오래지만 야구는 올해도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야구팬은 참 감사한 동물. 벌써 가을을, '가을야구'를 꿈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해 팀은 하나 더 늘었지만 가을야구는 4자리 그대로. 탈락 팀만 5개로 늘어납니다. 과연 올해는 어떤 팀들이 4강에 들까요.

이 질문 대답을 알아보려고 스포츠 전문 채널 4개사 해설위원과 야구팬 250명에게 물었습니다. 그 결과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판도를 보는 시각이 해설위원과 팬들 사이에 조금 갈렸습니다. 해설위원들은 3강-4중-2약으로 봤습니다. 3강은 (가나다순) 두산 삼성 KIA, 4중은 넥센 롯데 LG SK, 2약은 한화 NC입니다. 팬들은 4강-3중-2약 구도. 4강은 (투표순) 삼성 KIA 두산 SK, 3중은 롯데 넥센 LG, 2약은 한화 NC입니다.


이 그래프는 '4강 탈락 확률이 높은 팀'을 고른 투표 결과입니다. 팬 투표에 참여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미리 약속드렸던 것처럼 기념품 같은 게 생기면 꼭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삼성보다 KIA


일단 팬과 해설위원 모두 두산을 강팀으로 꼽았지만 우승 후보로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현실적으로 3위권 전력이라고 평가하는 게 맞겠죠. 2000년대 후반부터 4강 단골손님이니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여담으로 박재홍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박건우가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 중 한명"이라면서 "(우타자인) 박건우가 두산 외야에 자리를 잡으면 좌타 일색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결국 현재 우승권에 가장 근접한 건 삼성과 KIA. 일단은 시범경기에서 무력시위를 벌인 KIA가 한 발 앞서가는 모양새입니다. 이병훈 KBSN 해설위원, 이숭용 XTM 해설위원, 박재홍 위원 모두 삼성보다는 KIA 손을 들었습니다.

박재홍 위원은 LCK(이범호-최희섭-김상현)가 일단 정상 컨디션으로 개막을 맞이한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이숭용 위원도 비슷한 의견. 이병훈 위원은 여기에 "이용규나 김주찬 모두 팀에 한 명만 있어도 까다로운 선수들인데 둘이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낼 거다. 상대 배터리는 죽을 맛일 것"이라며 "불펜이 약하다고 하지만 2009년에도 KIA 불펜이 그렇게 대단했던 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안경현 SBS-ESPN 해설위원은 "단기전이라면 KIA가 더 세겠지만 장기전에서는 삼성이 더 잘할 수 있다. 현재 서로 약점이 분명하기 때문에 단점을 극복하는 팀이 결국 앞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은 불펜을 다시 만들어야 하고, KIA는 LCK(이범호-최희섭-김상현)의 부상 우려가 완벽하게 해소된 건 아니라는 뜻이었습니다.


넥센을 보는 두 가지 시선


중간에서는 넥센에 대한 평이 가장 다릅니다. 팬 평가에서 넥센은 롯데에도 뒤진 6위였는데 해설위원들은 4강 싸움이 결국 '넥센 vs SK'로 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습니다. (물론 넥센 팬인 제가 질문을 이렇게 몰아간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_-;;)

넥센을 4강 후보로 꼽은 이숭용 위원은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친정팀이라 팔이 안으로 굽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평가"라고 답했습니다. 이숭용 위원은 "작년까지만 해도 나이트, 밴해켄을 제외하면 선발 투수가 없었다. 올해는 김병현이 올라온 데다 강윤구가 몰라보게 좋아졌다"며 "또 중간에 문성현이 들어가면서 필승조가 아주 탄탄해졌다"고 평했습니다. (역시 여담으로 안경현 위원은 박동원을 신인상 후보로 꼽았습니다.)

박재홍 위원도 넥센이 4강 후보라는 의견. 넥센이 강해진 데 비해 SK는 부상 선수가 많아 팀이 별로 짜임새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박재홍 위원은 "정우람이 (군 입대로) 빠진 상황에서 박희수가 다친 게 크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SK 선수들은 상황이 닥쳤을 때 경기를 풀어나가는 법을 알기 때문에 끝까지 4강 싸움을 할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위원님이 빠져서 짜임새가 약해진 건 아니고요?'하는 질문에는 웃으며 "아니요.")

반면 이병훈 위원의 선택은 SK. 이병훈 위원은 "염경엽 감독이 굉장히 상대 선수에 대한 데이터를 많이 수집했다고 들었다. 그러나 종이 만진 지(감독이 된 지) 한 시즌 정도는 지나야 선수들하고 손발을 맞출 수 있다"며 "SK가 시즌 초반에는 조금 헤맬 수도 있지만 결국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본궤도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병훈 위원은 "넥센은 올 시즌보다는 다음 시즌에 (4강)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롯데는 역시 자유계약선수(FA)로 팀을 떠난 홍성흔, 김주찬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우느냐가 관건. 이숭용 위원은 "2년 연속 4번 타자를 빼앗긴 여파가 크다"고 했습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는 이대호가 일본 무대로 건너갔죠. LG는 역시나 여전히 투수력이 물음표. 안경현 위원은 "사실상 지난해하고 달라진 게 없는 팀"이라고 말했습니다. 안경현 위원은 LG를 약팀으로 분류해 3강-3중-3약으로 시즌 구도를 그렸습니다.


한화, 망신살 뻗치나?


팬 투표에서 신생팀 NC하고 1표 차이밖에 나지 않을 정도로 한화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병훈 위원은 "4강 싸움보다 탈꼴찌 싸움이 더 치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실 벌써 일부 취재기자 사이에서는 김응용 감독이 '노욕(老慾)'을 부린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재홍 위원은 "물론 꼴찌 확률은 NC가 더 높다. 선수층도 약하고(얇고) 경험도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러나 젊은 선수들은 기술 느는 게 굉장히 빠르다. NC가 시즌을 치르면서 애들이 실력이 늘 수가 있다. 그러면 한화도 안심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경현 위원은 한 술 더 뜹니다. 안경현 위원은 "NC가 만만치 않다. 한화가 창피를 당할 수도 있다"며 "전체적인 순위보다도 맞대결했을 때 두 팀 간 승률에서 순위가 갈릴 수 있다. NC가 잘 짜여졌다. 기존 창단 팀하고 다르다. 선수들 잘 뽑았고, 준비도 잘 됐다"고 했습니다.

물론 예상은 예상일 뿐이고 뚜껑은 열어봐야 압니다. 잠시 한 때였지만 지난 시즌 넥센이 1위를 하거나 삼성이 꼴찌였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저 야구가 없어 지루하고 심심했던 겨울을 떠올리며 일단 봄을 즐기면 어떨까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은 야구 경기에서 이긴 날. 두 번째로 행복한 날은 야구 경기에서 진 날"이라던 토미 라소다 전 LA 다저스 감독 말씀을 떠올려 보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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