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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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철이 돌아왔다.


'이순철'이 돌아왔다.

지난해 중반까지 현역 감독이었던 사람에게 '돌아왔다'는 표현은 어색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순철'은 이제 우리가 알던 '이순철'로 돌아왔다. 누구보다 뛰어난 야구 센스를 가졌던,팬들을 즐겁게 하는 그로 말이다.

최근 야구팬들은 한 케이블티비 해설위원으로 활동중인 이 위원에게 '거성(巨星)'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기존 인기 해설자들의 개그맨 '김구라'의 이름을 별명으로 가졌던 점을 고려할 때 확실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이 위원의 해설이 팬들에게 파격적으로 다가왔다는 얘기.

이순철式 해설의 백미는 지난 금요일 경기에서 엿볼 수 있다. 롯데가 1-3으로 뒤진 8회 삼성 마무리 오승환과 롯데 이대호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국내 최고 타자와 최고 투수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셈이었다.

이 순간, 이 위원은 장황한 해설 대신 캐스터에게 침묵을 제안했다. 정적이 흐르는 사이 이대호가 밀어친 타구는 담장을 넘어 갔고, 사직 구장의 분위기가 그대로 브라운관에 전달됐다.

해설은 딱 한 마디였다. 홈런입니다. 그것도 너무나 담담하게 들렸다. 하지만 담담한 목소리가 오히려 더 팬들의 마음 깊숙한 곳을 올렸다. '해설하지 않는 해설'이 가장 극적인 효과를 유발한 것이다.

이런 중계 기술 이외에 야구에 관한 식견 역시 팬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너무 비판적이라는 비난도 있지만 선수들의 타격이나 투구 자세에서 허점을 꼬집는 능력은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듣는다. 또한 전광판 등 야구장 시설에 대한 쓴소리 역시 이순철 해설의 트레이드마크다.

사실 선수 '이순철'은 한국 프로야구가 배출해낸 최고의 중견수다. 정교한 타격, 빠른 발, 넓은 수비범위까지. 팬들은 그에게 환호를 보냈고 소속팀 해태는 당시 최강팀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LG 감독을 맡으며 사정이 변했다. 결과도 결과였지만 과정이 좋지 못했다. 그리고 팬들은 철저히 이순철을 외면했다. '순철아, 우리는 네가 창피하다‘는 플래카드가 잠실구장에 내걸리기까지 했다.

이제 다시 팬들은 이순철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어록'이 되어 야구팬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누구에게나 시련은 찾아오게 마련이다. 이 위원에게는 아마도 감독 시절이 바로 그 시련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경질이라는 위기가 그에게는 또다른 기회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말 그대로 전화위복인 셈이다.

해설자 '이순철'이 언제 현장으로 돌아오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저 그 날까지 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길, 다시 '이순철'의 팬이 된 한 사람으로서 진지하게 부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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