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넥센에 서건창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프로야구에는 눈에 확 띄는 신인 타자가 없는 게 사실. 미 프로야구(메이저리그)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특히 아메리칸리그(AL)에서는 최근 3년 동안 신인왕을 모두 투수가 수상했죠.

그런데 로스앤젤레스(LA) 에인절스 오브 애너하임의 외야수 마이크 트라우트(21)가 데뷔 첫 해 '30홈런-40도루' 클럽에 가입하며 대형 스타 탄생을 알리고 있습니다. 트라우트는 30일(현지 시간) 텍사스 원정 경기서 다르빗슈 유로부터 시즌 서른 번째 홈런을 뽑아냈습니다.



신인 타자가 30-40 클럽에 가입한 건 트라우트가 처음입니다. 30-30도 최연소 달성. 현재 도루는 48개. 도루를 2개만 더 하면 에릭 데이비스(1987년), 배리 본즈(1990년)밖에 달성하지 못한 30-50 클럽에도 가입할 수 있습니다. LA 에인절스는 아직 4경기를 남겨두고 있으니 충분히 욕심내 볼 만한 상황. 과연 트라우트가 본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요?

트라우트는 30일 현재까지 .321/.395/.557(타율/출루율/장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OPS(출루율+장타율)로 환산하면 .952. 사실 2002년 이후만 계산해도 트라우트보다 OPS가 높은 선수는 123명이나 됩니다.

하지만 이들 중 트라우트보다 도루가 많은 선수는 한 명도 없습니다. 10명을 제외하고는 트라우트 도루 숫자 절반만큼도 안 되는 형편. 그리고 제 기억이 맞다면 이런 주루 플레이를 보여준 선수 역시 이 123명 중에는 없습니다.



물론 이런 괴물 선수들이 흔히 그러하듯 이런 수비 정도는 그냥 덤이죠. 다른 수비 장면을 보면 어깨 위로 넘어 가도 예상 수비 위치보다 한참 앞에 떨어져도 별 상관이 없습니다.



아, 혹시 모르시는 분들에게 귀띔하자면 트라우트는 1번 타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치고 있는 겁니다. 1994 시즌 이종범 같은 센세이션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까요?

트라우는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함께 올 시즌 강력한 AL 최우수 선수(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카브레라가 타율(.327), 홈런(43개), 타점(136점)보다 트라우트보다 높습니다. 게다가 팀도 AL 중부지구 1위입니다. (에인절스는 서부 3위) 아무래도 MVP 투표에서 카브레라가 유리한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팬그래프에 따르면 wOBA, wRC+ 같은 세이버메트릭스 지표 모두 트라우트가 높습니다. 그러니까 타격 성적만으로도 트라우트가 더 좋은 타자였다는 얘기죠. 카브레라가 트라우트보다 수비와 주루에 더 취약한 선수인 건 말할 것도 없고 말입니다.

2001시즌 이치로! 이후 11년 만에 신인왕, MVP를 동시에 수상하는 타자를 볼 수 있게 될까요? 정규 시즌이 끝나면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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