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프리카공화국·사진 오른쪽)가 은메달로 2012 런던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을 시작했습니다. 피스토리우스는 2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육상 남자 T44(다리 무릎아래 절단 장애인) 200m 결승에서 알란 올리베이라(브라질)에 0.07초 뒤진 21초52로 2위에 그쳤습니다.

피스토리우스가 올해 이 스타디움에서 패배를 맛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는 지난달 열린 올림픽 400m에 출전해 준결선까지 진출했지만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습니다. 피스토리우스는 태어날 때부터 종아리뼈가 없었고 생후 11개월 때 무릎 아래를 모두 잘라냈습니다. 그가 자기 살과 뼈로 이뤄진 다리로 뛰는 선수들과 함께 경쟁하는 모습은 런던 올림픽 하이라이트 중 한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피스토리우스가 비장애인 선수들과 함께 경쟁한 첫 번째 장애인 선수는 아닙니다. 심지어 런던 올림픽에 참여한 유일한 장애인 선수도 아니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유명세'가 그의 몸값을 더욱 높힌 셈이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3일 올림픽에 출전했던 장애인 선수 6명을 소개했습니다.


나탈리아 파르티카(2008, 2012년·탁구)


올해 올림픽을 유심히 보신 분이라면 한 팔이 없는 탁구 선수 나탈리아 파르티카(폴란드)를 기억하실 겁니다. 파르티카는 오른손이 없는 채로 태어났습니다. 그렇지만 엄연히 올림픽 대표입니다. 파르티카는 2008년 베이징, 그리고 이번 런던 대회까지 2회 연속으로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모두 출전합니다.


나탈리 뒤 투아(2008, 2012년·수영)


남아공 출신 나탈리 뒤 투아도 2회 연속입니다. 뒤 투아는 수영 꿈나무이던 16살 때 오토바이 사고로 다리를 잃었습니다. 그 후에도 수영을 포기하지 않은 뒤 투아는 올림픽 때는 10km 자유형, 패럴림픽 때는 단거리 선수로 나섭니다. 올림픽에서는 하위권이지만 2008년 베이징에서 5관왕에 오르는 등 패럴럼픽에서는 '펠프스' 부럽지 않습니다.


말라 러년(2000, 2004년·육상)


말라 러년은 9살 때 망막 손상이 시작되는 슈타르카트병을 앓기 시작했고 열네 살 때 법적으로 시각 장애인이 됐습니다. 러년은 패럴럼픽부터 시작했습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때는 육상 단거리(100m, 200m, 400m), 멀리뛰기에서 금메달 4개를 따냈습니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때는 종목을 바꿔 5종 경기에서 금메달, 투포환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올림픽에 출전하기 시작한 건 2000년. 러년은 시드니에서 1500m 8위에 올랐고, 2004년에는 5000m에 출전했지만 1라운드에서 탈락했습니다.


제프 플로트(1984년·수영)


청각 장애가 있던 제프 플로트(미국)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대회 때 남자 수영 800m(4×200m) 계영 대표로 참여했습니다. 제프 플로트는 세 번째 영자(泳者)로 나서 미국 팀이 세계 신기록(7분15초69)으로 우승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미국 팀이 신기록을 세우자 자국 관중들은 유난히 큰 함성으로 기록 달성을 축하했습니다. 플로트가 한화를 들을 수 있도록 배려했던 거죠.

사실 패럴림픽이 1948년 런던 대회 때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그 전에는 장애를 안고 있는 선수들도 선택지가 올림픽뿐이었습니다. 장애를 무릅쓰고 출전한 선수들은 문자 그대로 올림픽 신화를 썼습니다.


조지 아이저(1904년·체조)


독일계 미국인인 조지 아이저(사진 가운데)는 어릴 때 기차 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었습니다. 그 뒤 나무로 된 의족을 차고 다녀야했죠. 그렇지만 체육관에서는 달랐습니다. 아이저는 1904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에 출전해 뜀틀, 평행봉, 밧줄타기에서 금메달 3개를 땄습니다. 여기에 은메달 2개(안마, 남자 개인 종합), 동메달(철봉) 1개 등 등 메달을 6개나 탔습니다.


올리버 할라(1928~1936년·수구)


헝가리 출신 올리버 할라(사진 맨 오른쪽) 역시 왼쪽 다리에 장애가 있었지만 수구 대표팀 일원으로 1928~1936년 올림픽에 참여했습니다. 1928년 암스테르담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1932년 LA, 1936년 베를린 대회 때는 2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앞으로는?

앞으로도 이렇게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오가는 선수가 많이 나오게 될까요? 국제패럴림픽위원장 필립 크레이븐 경의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의족·의수 기술이 더욱 발달하면 더 이상 장애인, 비장애인을 구분할 필요가 사라지게 될 거라는 의견입니다. 크레이븐 경은 영국 BBC 방송 인터뷰에서 "2020년경에는 다시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합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어쩐지 저 말이 허튼소리로만 들리지는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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