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김태균은 4할 타자로 돌아왔다.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도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경쟁팀 마무리 투수도 데려왔다. 그러나 운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묘수(?)가 더더욱 안 통했다. 한대화 감독이 야왕에서 야인이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다.

덤: 나중에 공격하는 쪽은 보너스를 받는다

프로야구 팀 한화는 지난해 59승을 거뒀다. 이 중 11승이 끝내기 승리였다. 홈에서 거둔 31승만 놓고 보면 세 번 중 한 번(35.5%) 꼴. 끝내기는 치명적인 마약이다.


하지만 엔돌핀에 취하면 보이지 않는 것도 있다. 홈팀에 9회말이 있다는 건 결코 축복이 아니다. 한화가 지난해 9회말 공격에 나서야 했던 건 총 48경기. 리그에서 가장 많은 숫자였다. 지난해 우승팀 삼성의 9회말 공격은 30번뿐이었다.

물론 지난해 한화 타자들은 득점권에서 김현수처럼(OPS .832) 쳤다. 그러나 선두타자로 나서 김민우 같았다면(출루율 .318) 용서 받을 성적은 못 된다.

그러니까 2011 한화에게 11승은 바둑에서 백(白)이 받는 '덤' 같은 것이었다. 지난해 한화의 민낯은 실제 승률(.450)보다 피타고라스 승률(.383)에 가까웠다.


호구(虎口)되는 곳이 급소


스토브리그 때만 해도 고무적이었다. 박찬호, 송신영, 김태균은 희망의 상징이었다. 여기에 김성근 사단 출신 후쿠하라 미네오(福原峰夫) 수비 코치도 팀에 합류했다.

한화는 지난해 최다 실점 2위팀(넥센 622점)보다도 100점 넘게 실점(727점)한 팀이었다. 겉으로 보기에 두 베테랑 투수와 수비코치를 영입한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문제는 개막 전 부터 외국인 투수 문제를 노출한 상태였다는 것. 시범경기를 평균자책점 8.53으로 마친 외국인 투수라면 교체를 고려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한화에서 브라이언 배스를 웨이버 공시한 건 정규 시즌에서 평균 자책점 48.60을 기록하고도 33일이 지난 다음이었다.

대체 선수로 션 헨이 한국 땅을 밝았지만 '육성형 외국인 선수'였다. 헨도 7월 20일 웨이버로 한국 생활을 접었다. 데니 바티스타도 지난해 그가 아니었다. 국내 리그 2년를 맞아 본격적으려 '작가혼'을 선보였던 것. 결국 바티스타는 뒷문을 떠나 선발로 보직을 바꿨다.

그 사이 나머지 7개 팀은 외국인 원투펀치를 제대로 가동하거나 대체 선수를 제대로 찾아왔다. 반면 한화는 송신영이 글러브를 내팽개쳤고, 박찬호는 그저 신인 투수였으며, 류현진은 후… 씻고 잊자.

외국인 선수 '뽑기 운'은 확실히 꽝이었다. 여기에 야수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고난도 '예술 수비'를 선보였다. 팀이 무너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 한화는 올 시즌도 최다 실점 2위 팀(LG 487점)보다 46점 더 실점한 상태다.


축을 모르고는 바둑을 두지 말라


상황이 그러니 한 전 감독도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은 핑계밖에 안 된다. 3년은 절대 짧은 시간이 아니다. 한 전 감독은 3년 내내 조급해 하기만 했다. 지난 3시즌 동안 그나마 이름을 알린 새 얼굴은 최진행이 거의 유일하다.

급하니 꼼수만 떠올랐고 거듭된 꼼수는 결국 악수가 됐다. 지난해 극찬을 들었던 한 전 감독의 대타 성공률(출루율)은 .319였다. 넥센 김민우 역시 같은 기록이었다. 혹시 잊으신 분들을 위해 밝히면 한화 타자들은 원래 그만큼 살아 나간다. 교체 카드만 한 장 날아갔을 뿐이다.

바둑에서는 정석을 배우면 두 점은 강해진다고 한다. 6연속 볼을 던지고 있는 투수에게는 번트 사인을 내면 안 된다. 또 2사에 출루한 주자에게 일부러 죽으라는 사인도 마찬가지다. 남의 집이 더 커 보이는 바둑은 이길 수가 없다.

선수들뿐 아니라 감독도 기본기가 부족했던 것이다. 영어로 기본을 뜻하는 Fundamental은 Fun으로 시작해 Mental로 끝난다. 한 전 감독은 꼼수로 재미를 보려고 했고 결국 스스로 무너졌다.


급한 곳보다 큰 곳

원래 바둑 속담은 반대다. 그러니까 큰 곳보다는 급한 곳이다. 그러나 한화 선수들에게는 기본기가 Fun으로 시작한다는 걸 알려줄 지도자가 필요하다.

당장 성적을 내달라는 프런트를 종종 좇아갈 감독하고 시간을 축내서는 큰 곳도 급한 곳도 막지 못할 확률이 높다. 한화가 옛 영광을 되찾으려면 일립이전, 이립삼전하며 한 돌 한 돌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현재 군 입대 중인 선수가 21명이나 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의리와 신용'을 못 지킨 건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불계패는 불계패다. 시행착오는 지난 3년 동안 처절하게 겪었으면 충분하다. 다시 처음부터가 필요하다. 그거야 말로 한화 구단이 아픔을 최대한 빨리 이겨내고 팬들을 배려하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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