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넥센 서건창은 전반기를 .299/.372/.402로 마무리했습니다. 4월 성적이 .171/.189/.200였던 걸 떠올려 보면 문자 그대로 '다른 사람'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냥 수비에서 실수만 안 하면 다행인 선수에서 타석에서 뭔가 기대를 하게 만드는 선수가 된 거죠.

 

4월: .171/.189/.200/.389
5월: .303/.380/.427/.807
6월: .349/.440/.465/.905
7월: .293/.362/.390/.752

 

서건창은 요즘 심심찮게 1번 타자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1번에서는 .244/.319/.341로 부진한 편입니다. 9번일 때가 .287/.342/.406으로 훨씬 낫죠. (9번 기록이 전체 기록만 못한 건 5~7번을 친 43타석에서 .500/.571/.639나 때려냈기 때문입니다. 이건 자리에 맞는다기보다 제일 잘 맞을 때 이 자리에 들어섰다는 뜻이겠죠?)

 

Wait and Weight

그런데 이 선수 타격 성향을 가만히 보면 좀 재미있는 걸 관찰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쉽게 안 칩니다.' 서건창이 전반기에 타격 시도(헛스윙, 파울, 실제 타격)를 한 건 전체 투구 1074개 중 37.9%(422개)입니다.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중 여섯 번째로 안 치는 기록입니다.

 

그럼 안 쳤을 때는 어떠냐? 볼과 루킹 스트라이크 비율(1.84) 역시 리그에서 여섯 번째로 안 좋습니다. (가장 좋은 타자는 오지환 3.24) 좋게 말하면 스트라이크가 들어와도 자기 공이 아니면 안 치는 겁니다. 서건창보다 이 비율이 나쁜 타자 5명 중 서건창(.774)보다 OPS(출루율+장타율)가 높은 선수는 장성호(.784) 하나뿐입니다.

 

초구를 봐도 똑같습니다. 서건창은 초구를 리그에서 (이번에도) 여섯 번째로 안 건드리는 타자입니다. (타격 시도 비율 17.9%) 그런데 초구를 쳤을 때 .385/.370/.577을 칩니다. 서건창이 초구를 칠 땐 정말 자신이 있는 겁니다. 덧붙여 4구 이상 승부에 갔을 때 출루율은 .403으로 리그 평균보다 44포인트 높습니다. 타석당 투구수는 3.82개로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선구안 자체를 따질 땐 나무랄 데가 없는 수준으로 올라선 겁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은 1번 자리가 낯설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서건창이 훌륭한 1번 타자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장기영이 1번 자리를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죠. (장기영 1번 OPS .457, 2번 .939)

 

 

딱 하나만 더…

지난해까지 사실상 프로야구 커리어가 없는 선수라고 치면 정말 장족의 발전입니다. 개막 전만 해도 김시진 감독이 "아직까지 (서)건창이는 선구안을 좀더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을 정도니까요. 역시 절실함만큼 가장 큰 자극제는 없는 모양입니다. 꼭 우리 팀 선수라서가 아니라 정말 서건창 같은 선수는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건창아, 3할 유지 못해도 괜찮다. 그냥 지금껏 해준 것처럼 가장 밑바닥에 떨어진 사람도 간절함만 있으면 인생에 기회는 찾아온다는 것, 그리고 노력하면 그 기회를 세이프로 만들 수 있다는 것 계속 멋지게 증명해주길… 더 욕심 내자면 정말 딱 하나만 넘겨주면 안 되겠니? 언제까지 펜스만 맞출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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