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사진 출처 KIA 타이거즈 홈페이지

 

KIA 타이거즈 윤석민은 11일 광주 두산 경기서 8회 1사까지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고 있었다. 5회 최재훈에게 내준 몸에 맞는 볼이 유일한 옥의 티. 이때 타석에 들어선 손시헌이 중전 안타를 때려내며 노히트 노런은 깨졌다. 윤석민은 결국 우리 프로야구 역대 42번째 1안타 완봉승에 만족해야 했다.

 

현재까지 마지막으로 노히트 노런을 기록한 선수는 송진우. 당시 한화 소속이던 송진우는 2000년 5월 18일 광주 KIA 경기에서 안타 없이 볼넷 3개만 내줬다. 그 뒤 12년 동안 노히트 노런이 나오지 않고 있다.

 

반면 메이저리그에서는 2010년 이후에만 노히트 노런(퍼펙트게임 포함)이 11번 나왔다. 481 경기 당 1번 꼴. 올해도 지난달 22일 필립 험버(시카고 화이트삭스)가 미 프로야구(메이저리그) 통산 21번째 퍼펙트게임을 던졌고, 제러드 위버(LA 에인절스)는 이달 3일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정답은 삼진이다. 2000년 우리 프로야구에서는 전체 타석 중 16.6%가 삼진이었다. 올해도 16.4%로 큰 차이가 없다. 반면 메이저리그는 2000년 16.5%에서 올해 19.2%로 늘었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는 삼진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우리 리그는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실정.

 

 

 

맞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삼진은 장타를 때리기 위한 기회비용 정도. 우리 타자들에게 삼진은 수모다. 그래서 2스트라이크 이후가 되면 타자들은 일단 어떻게든 방망이에 공을 맞추려 애를 쓴다. 우리 타자들이 타석에서 더욱 끈질긴 면모를 보이는 것.


그러다 보니 공이 그라운드 안을 향하는 일도 우리 리그가 더 많다. 이렇게 날아간 타구가 모두 범타가 되는 건 아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노히트노런을 기록할 일도 줄어든다. 맞혀 잡는다는 건 허상이다. 삼진을 굉장히 나쁜 아웃 카운트로 보는 문화가 존재하는 한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될 확률이 높다.

 

게다가 우리 야구장은 여전히 부끄러운 수준이다. 마운드위에서 벽돌이 나온 게 불과 2년 전. 올 시즌 초반에도 잠실·사직구장 내야가 너무 딱딱해 야수들이 제대로 수비를 못할 정도였다.  역시나 노히트노런 확률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일.

 

응원문화도 한 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투수가 노히트노런에 근접하면 아예 언급을 삼간다. 그러나 우리 프로야구에서는 원정팀도 응원 때 앰프를 쓴다. 투수가 집중이 될 리가 없다.

 

그러니까 류현진, 윤석민의 최전성기에도 우리 야구팬들은 '아쉽다, 노히트 노런'이라는 기사를 더 많이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

쓰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쓴 게 아까워서 -_-;;

 

 

참고로 9회에 깨진 프로야구 노히트노런

선수 소속팀 날짜 상대팀 구장 아웃카운트 기록 깬 타자
한희민 빙그레 1989.08.31 삼성 대구 0 홍승규
조계현 해태 1993.04.11 LG 광주 2 송구홍
위재영 현대 1998.05.06 한화 인천 0 백재호
김수경 현대 2000.07.16 해태 수원 2 타바레스
장원준 롯데 2005.07.26 KIA 광주 1 이종범
신재웅 LG 2006.08.11 한화 잠실 0 신경현
이범석 KIA 2008.07.04 삼성 대구 2 박석민
김광현 SK 2010.06.10 삼성 문학 2 최형우
윤석민 KIA 2012.09.26 삼성 대구 0 박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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