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는 33 라운드에서 조지아대 외야수 조너선 테일러를 선택하겠습니다."

대학 동료였던 잭 콘은 발표가 끝나자마자 울음을 참고 테일러에게 전화를 걸어 이 소식을 알렸다. 콘은 이미 6일(현지 시간) 2011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전체 37순위로 레인저스에 뽑힌 유망주.

조지아대 데이비드 페르노 감독도 "아주 품위 있는 결정"이라며 레인저스 구단을 치켜세웠다. 오히려 킵 팩 레인저스 아마추어 스카우트 디렉터는 "그는 대학 시절 아주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다"면서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전체 1014위로 지명된 한 선수를 두고 이런 반응이 나온 이유는 뭘까.

조지아대 3학년 테일러는 지난 시즌 타율 .335를 기록한 중견수였다. 출루율(.442)은 팀 내 1위였다. 1학년 때는 27번 도루를 시도해 23번 성공할 정도로 발도 빨랐다. 이번 시즌을 건강하게 뛰었다면 많은 메이저리그 팀에서 주목할 유망주였던 것.

그러나 3월 6일 모든 게 변했다. 상대팀 타자는 좌중간으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때렸고 테일러는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렸다. 페르노 감독은 "공이 20피트(6m)나 떨어져 있었는데도 얼마든 다이빙 캐치가 가능하다고 믿었던 게 바로 테일러"라고 말했다.

문제는 좌익수도 똑같이 몸을 날렸다는 것. 두 선수는 충돌했고 테일러는 목이 부러졌다. 1차 재활을 마친 테일러는 꼭 다시 야구장에 서는 게 꿈이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담당 의사는 "잘하면 다시 걸을 수는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맞다. 테일러와 충돌한 선수가 바로 콘이었다. 두 사람은 팀 동료이자 기숙사 룸메이트였다. 경기장에서도 좌익수와 중견수로 늘 나란히 섰다. "언젠가 메이저리그 팀에서도 꼭 같이 뛰자"고 다짐했던 절친. 레인저스가 두 사람 꿈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팩 디렉터는 "잭은 이제 우리 가족이 됐어요. 테일러는 원래 잭과 가족이었죠. 그냥 가족을 서로 떨어져 살게 하는 건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에요"라고 말했다.

이어 "테일러를 뽑은 게 '쇼'라는 비판이 있는 것도 알아요. 그런데 그건 테일러하고 얘기를 안 해봐서 그래요. 정말 돌아올 거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어요. 그러면 기회를 줘야죠"라고 덧붙였다.

물론 테일러가 정말 메이저리그 무대에 서게 확률을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0에 수렴할 터. 그러나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쇼생크는 말했다. "희망은 좋은 거다. 아니, 분명 최고 좋은 것 중 하나다. 좋은 건 절대 죽지 않는다.("Hope is a good thing, maybe the best of things, and no good thing ever 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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