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히어로즈 노우트


• 요즘 히어로즈는 딱 제가 원하는 만큼 해주고 있는 것 같아 관심을 기울이면서 야구를 보고 있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4강을 아예 포기하지 않을 정도로 거리를 두고 6위를 유지하는 겁니다.


• 5월 이후 타격이 살아난 건 참 마음에 듭니다. 5월 1일부터 어제 경기까지 이 팀보다 팀 GPA가 높은 팀은 SK 와이번스뿐입니다. 4월 이전까지 밑에 LG 트윈스 한 팀밖에 없던 걸 생각하면 상전벽해라고 할 만한 수준이죠.

클락(.217→.312), 유한준(.218→.348), 송지만(.232→.303), 김민우(.237→.335) 강정호(.249→.346)까지 2할대 초반이던 GPA를 3할대로 끌어 올렸습니다. 황재균이 생각만큼 올라오지 못하는 게(5월 GPA .235) 마음에 걸리지만 부상 탓이니 아직은 조금 더 기다려도 되겠지요. 타격엔 사이클이 있게 마련이지만 시즌 중에 서너 차례 더 지금 같은 폭발력을 보여줄 수 있다면 만족이라고 봅니다.

유선정은 타격 실력(.233→.272)도 좋아졌지만 무엇보다 포수 구멍을 채워줘서 참 고맙습니다. 아직 차분한 면도 부족하고 경험에서도 다른 팀 포수들보다 뒤지지만 '포수'라 욕을 먹었던 강귀태보다야 훨씬 마음 편하게 지켜볼 수 있는 플레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장기영은 최근 활약이 조금 꺾였지만 이 팀이 시즌 앞두고 주전 중견수를 내다 팔았다는 걸 의식하지 않게 만드는 데는 확실히 성공했습니다. 사실상 타자 첫 시즌인데도 아주 엉성하다는 느낌하고는 거리가 먼 타입이니까 이 정도면 대만족입니다.


• 투수 쪽은 불만이 더 많습니다. 무엇보다 연승을 할 줄 모른다는 게 참 마음에 안 듭니다. 시즌 초 두 눈을 반짝이게 만들었던 금민철이 자기 모습(?)을 찾아가면서 에이스가 사라진 영향이 크겠죠. 번사이드도 제1 선발이라고 하기엔 못 미더운 게 사실입니다.

볼질도 불만이죠. 5월 들어 이 팀보다 볼넷이 많은 팀은 한화 이글스뿐입니다. 승부처에서 얻어 터지면 그냥 ‘경험 부족’이라고 생각하면 될 텐데, 크게 이기고 있어도 볼질하기 바쁜 이 투수진을 어찌해야 할까요.

이보근이 슬로우 커브를 던지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안 듭니다. 그건 최동원이나 정민태가 던져야 큰 효과를 보는 거죠. 속구도 제대로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는 녀석이 슬로우 커브 영점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면 어쩌자는 겁니까.

그래도 '새 어깨'가 등장한 건 고무적입니다. 두 말할 필요 없는 고원준, 다른 팀 투수였다면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신인왕 이런 건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지금처럼 얻어터져도 씩씩하게.

또 볼질로 한 경기 털렸지만 이제 빛을 보나 싶은 배힘찬. 지금 이 팀은 로테이션을 지켜줄 투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죠. 나이가 걸리기는 하지만 리그 평균보다 10% 정도 부족하게 선발 자리를 지켜준다면 내년 이후에는 그래도 로테이션 한 자리는 고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 청보 시절부터 이 팀 응원하면서 강팀이 때보다는 약팀일 때가 더 많았습니다. 또 이 팀은 늘 비인기 팀이었죠. 지난해까지는 ‘유니콘스’에 대한 상실감으로 야구 보는 게 겁이 났는데 올해는 딱 그때 기분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경기라도 더 보고, 1초라도 더 응원해야죠. 올해 얼마 이기지도 못할 텐데 제가 못 본 경기에서 이기면 억울하잖아요.

그밖에 골치 아픈 문제도 몇 마디 적고 싶지만 일단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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