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히어로즈 노우트


• 팀이 반짝 잘할 때만 쓰는 '히어로즈 노우트'입니다. 올 시즌 처음으로 4연승을 거둔데다 시즌 30승을 달성했으니 한 번 쓸 때가 됐죠.


• 지난 번 히어로즈 노우트를 쓴 이후 이 팀은 12승 1무 14패(승률 .444)를 기록했습니다. 시즌 전체 승률(.423)보다 조금 낫지만 큰 차이는 없는 수준이죠. 제 기대치는 .450 정도인데요. 분위기를 타는가 싶다가도 사소한 실수로 무너지는 경기가 많아서 조금 우려스럽기는 합니다. 그래도 시즌 초만 해도 다른 팀 팬들이 이름조차 잘 모르던 선수들이 분전하고 있는데 계속 응원해 줘야죠.


• 이 기간 동안 가장 눈에 띄는 타자는 역시 강정호입니다. 시즌 초반 수비와 타격 모두 무너지더니 이 기간 동안 타율 .337/ 출루율 .452/ 장타율.453을 치면서 제 자리를 찾았습니다. 수비에서도 한결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죠. 지금 같은 페이스를 유지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로 뽑혀야 히어로즈 팬들이 한 시름 놓을 텐데요.


• 반면 황재균은 아직도 부상 후유증을 달고 사는 모양입니다. 그 어떤 이유라도 .222/.301/.300을 때리는 타자가 계속 라인업을 차지하는 건 참기 쉽지 않은 일이죠. 게다가 지난 주말 두산 전에서 6실점 빌미를 제공한 것을 비롯해 수비에서도 여러 차례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 상태로는 김일경 2루, 김민우 3루가 오히려 나아 보이는 지경입니다.


• 유한준은 또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분위기죠? 이 기간 동안 .248/.319/.324를 때리는 데 그쳤습니다. 득점권에서 출루율 .487를 찍어준 건 매력적이지만 장타율이 .387에 그친 건 안타깝습니다. 득점권에서 친 장타는 오늘 친 2루타 하나뿐입니다. 물론 찬스에서 콘택트에 집중하는 걸 비난하고 싶지는 않지만 중심 타선이 견고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내가 해결사'라는 생각을 조금 더 해주길 부탁합니다.


• 장기영은 이제 확실히 '전준호의 후계자'로 자리매김을 해가고 있습니다. 규정 타석을 채우면서 팀내 타율 1위(전체 7위)에 올랐습니다. 출루율(.384)은 이숭용(.401), 강정호(.394)에 이어 팀내 3위네요. 시즌 초에 정수성이 대안이었던 걸 생각해 보면 "지금 딱 이만큼만"이라고 얘기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유니콘스 시절 '현대렐라' 자리가 올해는 충분히 장기영 몫이죠.


• 다만 아직도 '김동수의 후계자'가 없는 건 짚고 넘어가야 할 듯 합니다. 사실 강정호, 장기영 말고 김민우도 .266/.385/.329로 제 몫을 해주고 있는데 포수가 불안 하니 센터라인 전체가 안정되질 않습니다. 유선정은 이 기간 동안 .161/.200/.196이고 다시 돌아온 강귀태도 .265/.306/.265입니다. 허준은 7타수 무안타. 당장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라 사실 답답함만 크죠. '타자' 강귀태는 '포수' 강귀태보다 가치가 높다고 보는데 수비에서도 대안이 잘 보이지 않네요.


• 투수 쪽에서는 박준수 선수가 돌아와 알게 모르게 큰 보탬이 되고 있죠. 아직 10과 3분의 1이닝밖에 던지지 않았지만 상대 타자를 .125/.216/.250으로 만드는 투수는 확실히 매력적입니다. 덕분에 박준수-송신영-손승락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승리조를 가동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전성기 때보다 좁아진 스트라이크 존에도 어느 정도 적응을 마친 모양새이기는 한데 아직 부족한 2%를 꼭 채우길 바랍니다.


• 볼넷 문제는 아직도 해결이 안 됐습니다. 송신영은 삼진(9이닝 당 11.1개)을 많이 잡았지만 볼넷(8개)도 그만큼 많이 내줬습니다. 번사이드도 최근에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완벽히 영점이 잡힌 상태는 아니죠. 배힘찬은 결국 볼넷에 무너졌고 고원준도 조금씩 볼넷이 늘어나는 느낌입니다. 정말 방법이 없을까요?


• 이런 상황에도 번사이드 금민철 고원준이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고 남은 두 자리도 돌려막기가 그런 대로 통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성태가 오늘처럼 계속 잘 던지기는 힘들겠지만 배힘찬이 다시 돌아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모르죠. 게다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다투는 팀도 아닌 만큼 선발 자원은 여유를 두고 시험을 해봐도 나쁠 게 없다는 생각입니다. 어차피 '꼭 이겨줄 것 같은' 에이스가 없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죠.


• 이 팀은 올해보다 내년, 내년보다 후년에 방점을 두고 있는 팀이라고 믿습니다. 전체 팀 절반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리그라고 해도 '리빌딩'은 필요한 법이죠. 기둥뿌리를 모두 뽑은 팀이라면 그래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어린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기회를 잡지 못한 선수들이 이제 막 꽃을 피우려는 데 찬물을 끼얹는 건 너무 매정하죠. 우리 팀 '늙은 유망주들'이 젊은 선수들에게 조금 더 기폭제가 될 수 있는 활약을 보여주길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


• 다음에 글을 쓸 때는 6, 7위 다툼보다 5, 6위 타둠을 하고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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